
이 후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후기이며, 직방 홍보로 내가 얻는 것은 1도 없음을 사전에 밝히는 바입니다.
올해 3월, 사촌동생이 제대를 하면서 고모집에서 나오게 되었다.
1월에는 라섹수술 때문에 본가에 내려가 있어야 하는데다가 밖을 돌아다닐 수가 없는 상태였고
2월에는 후반기에 베트남 출장이 잡혀있어서 집을 볼 수 있는 기간은 2월 초반에 한정되어 있었다.
거기다가 본가에 있는 동안 서울에 있는 집을 보러다닌다는 건 불가능 한 일이었다.
그래서 국내에 나와있는 부동산 중개 어플을 다운받기 시작했다.
우선 나는 응팔덕후라서 다방을 깔았다, 그러나 다방! 은 우리 사랑스러운 덕선이가 선전해서 깔았는데 매물이 시원찮다...
그래서 가장 유명하다는 직방을 깔았다. 눈이 회복되는 중이었어서 집 안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겨우겨우 매물을 찾으면서 보고 있었다.
내가 가진 보증금은 최대 500, 월세는 최대 40. 이 안에서 내가 원하는 조건을 충족하는 집을 찾는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경험 상, 원하는 조건을 나열해서 우선순위를 매겨서 결단을 내려야 할 경우 포기할 것들을 체크하는것이 한정된 보증금으로 최선의 선택을 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이 든다.
내가 세웠던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현재 사는 동네 안에 있는 집으로 구하기
일단 고모네와 멀리 떨어지기 싫었기 때문에 당시 살고있던 동네에서 방을 구하고자 했다. 참고로 여긴 교통편이 좋은 편에 속하는 동네이다... 그리고 초등학교가 있는 주택가라서 원룸보다는 가족단위로 살 수 있는 빌라형 투룸이 즐비했다. 새로 올라가고 있는 원룸 건물을 기다리기엔 내가 가진 시간이 너무 촉박했기에 정해진 기간안에 원하는 원룸이 나오길 빌 수 밖에 없었다.
2. 햇빛, 환기
그리고 빛이 잘 들어오는 집으로 이사가고 싶었다.
환기도 잘 되는 집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풀옵션
12년도 일본으로 나갈적에 살림을 다 처분한 상태인데다가 그때도 에어콘, 가스레인지, 세탁기, 냉장고가 옵션으로 들어있던 집에 살았던터라 큰 가전제품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내꺼라곤 밥솥하나... 월세도 부담스러운 판국에 가전제품을 다 맞춰서 들어간다는건 불가능했기 때문에 옵션이 최대한 많은 집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4. 인터넷, TV가 안 달려 있는 집
내 명의로 된 인터넷이랑 TV 약정 기간이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인터넷과 TV가 옵션으로 들어가있지 않는 집을 원했다.
5. 기타
그 외에는 내가 가진 책들이랑 짐이 다 들어갈 수 있는 평수, 벌레가 안 나오는 집(결과적으로 이건 실패), 이불빨래를 널 수 있는 집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정말이지 직방에 올라오는 집을 정말 이잡듯 뒤져서 겨우 찾은 매물!
보증금은 1000이지만 35라는 귀한 월세 ㅠㅠ
거기다가 사진으로 본 집은 작은 베란다도 있고 큰 창이 있어서 햇빛도 잘 들어오는 것 같았다.
뭔가 홀린듯이 그 매물을 찜했다.


당시 이걸 미리 저장해놔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못하고 있었어서, 이 후기를 쓸려고 부랴부랴 들어갔더니 거래가 완료된 매물이라고 사진도 안 보여준다. 크흡...
(그런데 지금 보니까 상세설명이 엉망진창이네... 1000/35 관리비 2만원인데 뭐 저렇게 적어놨냐)
잠시 짬을 내서 서울에 올라온 날 이 집으로 보러가겠다고 부동산에 전화를 하고 부동산을 찾아갔다.
원래 살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부동산에 도착하자 문 앞에 서 있던 직방 스탠딩 광고판이 날 반겨줬다.
들어가서 보증금을 500으로 낮출 수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집을 보러갔다.
당시 이 집에는 신혼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부부가 살고있는 집인데다가 반려견까지 키우고 있어서 뭔가 깨끗할거라는 인상을 받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으로, 반려견을 키우는 집은 깨끗할거라는 편견을 지니고 있음... 우리 쫑아 병이라도 걸릴까봐 본가에 가면 맨날 청소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그럴꺼라고 생각하나 봄)
물론 느낌만으로는 안되는 거니까 세입자분께 집에 물은 잘 나오는지, 배수는 원활한지, 그리고 여름 겨울 공과금은 어느정도 선에서 나오는지 물어봤다. (집을 처음 구하는 사람들은 공과금을 간과하기 쉬운데 월세와 관리비 + 공과금이 매달 지출될 것을 염두에 두고 집을 구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 )
베란다에 짐이 워낙 많아서 베란다를 제대로 체크 못 했던건지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지만... 그래서 멀끔해 보이는 집이었다. 그리고 한달 뒤, 나는 청소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는, 솔직히 500/40에 이 동네에서 반지하나 완전 옥탑이 아닌 집은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베트남 출장만 아니었어도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둘러봤겠지만 나에겐 1도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이 집 말곤 직방에 올라온 매물 중에 마음에 드는 매물도 없었다. 이게 제일 결정적이었다. 마음에 드는 집이 없어...!!!! 이미 난 베란다에 홀려버렸거든!!!
그래서 보고 나오자말자 이 집으로 하겠다고 가계약을 하고, 이사날짜는 2월에 집이 비면 바로 하라고 하는걸 안된다고 우겨서 3월에 이사 들어가는 거로 합의를 봤다.
덕분에 나는 이사가는 것도 못 보고, 텅 빈 집에 들어가니 짐이 빠진 방이 너무 더러워서 기함하고, 미친 신혼부부라고 욕하다가 나중에야 이 집이 남자 혼자 살다가 막판에 잠시 아내분이 들어와 살았다는 것을 듣고 제대로 물어보지 않은 내 자신을 탓하며 다신 남자 혼자 자취한 집에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이렇게 촉박하게 이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ㅂㄷㅂㄷ
참고로 주인집은 대전에 살아서 이사오고 한 달인가 있다가 겨우 주인 할머니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아무튼!
약 4년만에 혼자서 집을 구하는 거였는데, 그땐 동네 부동산마다 다 들어가서 조건말하고 매물있냐고 발품을 파고 다녔었다
거기다 집도 이 집 저 집 보러다녀야 하니까 그 추운 겨울에 동태가 되도록 집을 보러 다녔었다. 그것도 12월 24일에...! 아이고 내팔자야 ㅜㅜ
그런데 이렇게 직방을 이용하니 집에서 내 조건에 맞는 매물을 확인하고 마음을 정해서 원하는 방만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게 너무나 편리했다!
거기다 직방에서 제공하는 "헛걸음 보상"제도, "안심중개사" 제도 덕분에 안심하고 방을 보러갈 수 있었다
헛걸음 보상제도는 직방을 통해 방을 보러갔는데 이게 허위매물일 경우 직방에서 거금 3만원과 청소도구(라고 쓰고 클린키트라고 읽는다)를 선물로 주어 황망한 직방러의 마음에 위안을 주는 인간적인 제도이며,
안심중개사 마크가 있는 매물의 경우 안심범호를 사용하여 통화 내용을 녹음하고, 광고의 실명제를 실천하여 등록관청에 허가를 받은 중개사인지를 사전에 확인시켜 주며, 안심중개사 5계명을 준수하여 허위매물을 최소화 시키는, 불안한 마음으로 집을 찾아 길을 헤메이던 직방러들의 다리를 편히 쉴 수 있도록 해주는 혜자로운 제도라 할 수 있다.
이런 제도들이 마련되어 있으니 올라온 사진과 상세 설명을 믿고 집을 추려나갈 수 있으며, 만약 허위매물이라도 직방이 보상해준다니 믿져야 본전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보러갈 수 있었다
내 집을 구한 뒤로 직방을 쓸 일이 없었는데, 친동생 제대가 얼마 남지 않아서 자취방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다시 직방을 깔았다
아직 학기중이라 동생 학교가 있는 곳에 내려갈 수가 없어서 직방을 열심히 뒤지는 중이다. 덕분에 역시 지방은 집값이 싸다는 것에 부러움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크흡...
그리고 직방을 다시 깐 기념으로 이렇게 10개월이나 지난 방 구하기 후기를 쓰게 된 것이다
이 집에서 10개월동안 살면서 벌레에 습격도 당하고, 에어콘 호수에서 물이 세서 방바닥이 물바다가 되고 난리난리 쌩 난리를 겪었지만 그래도 알아서 고장나고 구멍난 곳을 잘 메꾸면서 집에 애정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6평의 작은 원룸에서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불안해하면서 살아가지만, 그래도 포근한 내 집이 있기에 오늘 하루도 연구실에서 돌아와 잠을 청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하고 있다.
그런데 나 2월이면 수료라서 연구실도 짤릴텐데 이제 월세는 ... 어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