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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 Voyage/Paris

나의 환자 일지, 프랑스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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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라잌 나와 Martin...

 

1. 

지난 6월 23일, 허리 통증이 너무 심각해져서 도저히 더는 혼자 버틸수가 없어 주치의를 찾았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도에도 허리가 작살나서 반년동안 도수치료+물리치료+운동치료를 받고 그 이후 주민센터에서 약 3년간 발레를 배우면서 코어근육을 만들어 겨우 사람답게 살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주민센터가 문을 닫아 발레를 할 곳이 없어지고, 코로나 시국에 프랑스 오면서 운동하러 가기 애매해지고, 파리와서 적응한다고 얼레벌레 거리다가 다시 허리가 망가졌다...

암튼 주치의랑 이야기를 해서 첫 일주일은 처방받은 항염증제와 근이완제를 먹었다.

아무런 차도가 나타나질 않아 일주일 뒤 다시 예약을 하고 갔더니, 나온 병명은 좌골신경통 sciatique 

주치의는 나에게 물리치료 kiné 를 받으러 가라고했다.

 

2.

그렇게 시작된 키네.

진단명을 받은게 6월 23일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우리동네에 있는 키네들은 신규환자는 안 받거나, 세큐를 안받아주거나, 바캉스 기간 지나서 9월부터 예약이 가능했다.

살기위해선 당장 가능한 물리치료실을 찾아야했다

그래서 우리동네에서 그나마 제일 가까운 11구에서, 구글 평점도 좋은 물리치료사를 찾아서 예약했다.

그렇게 첫 방문이 6월 29일, 진단명을 받고 6일만에 간 그곳에 내가 지금까지 다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3.

나의 키네선생님 Martin과 처음 만난건 7월 4일. 이제까지 4개월을 넘게 매주 만나고 있다. 

처음 Martin을 만났을 때 나는 한마리 갓 태어난 고라니새끼마냥 무슨 동작을 시키든 부들부들 떨었다. 아니 떨림을 당했다. 

전혀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몸이 덜덜거렸다. 

그런데 이젠 왠만한 동작은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부들부들 떨면서 하지만 그래도 쌤이 이런 동작이 가능할 정도로 코어에 근육이 생겼다! 대단하다! 라고 항상 칭찬을 해 주신다.

 

4.

근데 근육이 생기는 것과 무관하게 신경통 증세 호전 속도가 너무 느렸다. 

그래서 저번달부터 Martin이 추천해준 도수치료 Ostéo 를 다니고 있다. 

한국에서 허리 때문에 병원을 다닐때는 운동치료+물리치료(저주파, 견인 등등)+도수치료를 매주 1-2회씩 받았는데, 프랑스에서는 키네는 운동치료를 주고 시키고 도수치료는 하지 않는다. 도수치료는 오스테오 전문가를 따로 찾아가야 받을 수 있고, 세큐 적용을 받지 못한다. 뮤츄엘 중에는 해당되는게 있다곤 하던데 나는 CSS라서 해당사항이 없다. 갈때마다 75유로씩 꼬박꼬박 내고 있다. 

그래서 천만 다행인건 매주 오라고 하지 않는다는거... 11월에 2번 갔고, 다음 예약은 1월에 잡혀있다. 12월은 선생님이 휴가를 가시는 것 같다.

 

5. 

11월 말에 오스테오를 갔을 때, 선생님이 목과 어깨 쇄골 등등이 너무 경직되어 있고, 얼굴 근육도 너무 경직되어 있다고 하시면서 혹시 자면서 이를 꽉 깨물고 자냐고 물어봤다. 나는 그런 경향이 없지 않은 것 같다고 했더니 치과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라 하셨다. 

당장 치과 예약을 해서 갔더니 치과선생님이 이런 경우 자는 동안 마우스피스를 하는게 좋을 것 같다 하셨다. 

그리고 프랑스는 수면용 마우스피스도 세큐로 보험처리가 된다고 하셨다. 이런 부분에 있어선 진짜 프랑스의 보험 대단한 것 같다. 보험이 없으면 약 180유로를 내야한다고 한다. 

아무튼, 본 뜨고 일주일 뒤에 찾으러 가는 예약을 했다.  

 

6. 

좀 더디지만 그래도 많이 호전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난주 목요일부터 뭔가 몸이 이상했다. 

마치 척추측만증이 걸린 사람마냥 몸이 왼쪽으로 쏠리고, 몸을 똑바로 세우려고 하면 오른쪽 등 근육에 뭐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이 가해졌다. 

마사지 볼로 마사지를 해도, 찜질팩을 해도, 마사지건으로 풀어봐도, 파스를 붙여도, 진통제를 먹어도 아무 소용이 없고 고통이 더 심각해질 뿐이었다. 

바지랑 양말도 제대로 신을 수 없고, 변기에 앉았다 일어나려면 심호흡을 몇번을 해야하고, 침대에 올라갈땐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나고, 침대에 어떻게 누워서 고통이 사라지지 않았다. 

샤워를 할때, 오른쪽 다리 종아리를 씻고 싶은데 몸을 앞으로 굽힐수도 없고, 다리를 들어올릴수도 없고 뭘 어떻게 해도 종아리를 씻을 수 없었다. 그 순간 왜 내가 이런 고통을 당해야하나 너무 서러워 씻다 말고 엉엉 울었다. 그리고 결국 종아리를 못 씻었다. 

 

7. 

그리고 어제, Martin을 만나 지금 내 상황이 어떤지 설명했다. 아니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 내가 물리치료실에 허리를 부여잡고 어기적거리며 걸어들어오는걸 보고 뭔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있었다.

내가 번역기 돌려가지고 써간 것들을 다 보여줬더니 Martin이 일단 윗도리를 다 벗어보라고 했다. 그리곤 뒷모습을 사진찍어서 보여주는데 아니나 다를까, 여전히 내 허리는 측만증에 걸린것 마냥 옆으로 꺾여(?) 있었다.

내 허리를 눌러본 Martin은 평소에 하던 운동이 아닌 동작들을 시켰다. 평소에 하던 운동에 비하면 워밍업도 안되는 동작들인데 너무 아파서 윽 소리를 절로 내면서 했다. 그리고 Martin이 잡아서 교정시킬때는 너무 아파서 나도 모르게 악! 라고 소리를 질렀다. 

운동치료 세션이 다 끝나고나서 Martin은 최대한 빨리 병원 예약을 잡아서 Decontractant musculaire 랑 Anti-inflammatoire 를 처방받고 가능하면 radio를 찍어보라고 했다. 

키네가 끝나고 집에 가려고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가는데, 옆에 가던 아저씨가 내 모습이 너무 불안했는지 괜찮냐고 한 10번은 물어보셨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분이셨는데 급기야 지하철 타는것 까지 확인하시고, 아파도 너무 걱정마라 키네 받았으니까 늦어도 내일이면 많이 호전될꺼다, 하면서 계속 나에게 용기(?)를 주셨다... 아저씨 좀 부담스럽긴 했지만 감사했어요-

 

8. 

운동 끝나고 나오면서 바로 주치의 예약을 잡았다.

다행이 오늘자 예약들이 남아있었다. 이미 아침에 치과 예약을 있어서 오후로 예약을 잡았다. 

아침에 마우스피스 찾으러 치과에 가는데 오페라에 있던 치과가 부시코로 이사를 가서 거진 50분이 넘게 걸려서 병원을 가는데... 아 진짜 집에서 나오는 순간 나는 죽었다, 싶었다. 너무 아파서 걷는것도 제대로 안되고, 지하철이 서고 문 열리는 진동에도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다. 진짜 겨우겨우 치과에 도착했는데 거울로 보이는 내 모습은 파김치의 인간화였다. 

그렇게 힘겹게 받은 마우스피스. 착용해보고 불편하면 수정해줄테니 예약잡고 오라고 하셨다. 집에와서 착용해봤는데, 이걸 끼면 죽었다 깨어나도 이를 악 물고 잘 수 없을 것이다.

이걸 뚫고 이를 악 문다면 그건 마우스피스 할아버지가 와도 해결할 수 없을 강철 악관절...이라고 해야하나 암튼 

집에 오는 길에 또 지하철을 타면 진짜 엠뷸런스 불러야 할 것 같아서 집까지 볼트를 타고 왔다. 차 문을 열고 타는 그 짦은 동작에도 허리가 아파서 앓는 소리를 내며 겨우 탔다. 집까지는 외곽순환을 타고 다가는데도 40분 정도 걸렸다. 

지하철을 타면 나비고로 퉁쳐지는 것에 굳이 22유로나 썼지만,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다. 볼트 아니었으면 진짜 거리에서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9. 

치과 갔다와서 진짜 죽을 것 같은 고통에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집에서 김장 끝났다면서 전화가 와서 통화하는데, 고모들이 내가 이렇게 아픈지 처음 알아가지고 한국에 와서 치료 받아야 하는거 아니냐고 수선을 피웠다. 의자에 앉아있지를 못하는데 12시간 비행을 우예합니까... 가더라도 의자에 앉을 순 있게 되고 가야지... 

암튼 그렇게 통화하다보니 주치의를 만나러 갈 시간이 다 되어서 복대를 차고 또 어기적거리면서 병원에 갔다. 

선생님이 어디가 불편해서 왔냐고 해서 허리요, 하니까 매번 허리가 말썽이네요... 라고 하셨다. 그러게 말입니다. 

암튼 Martin이 처방받으라고 한 것들을 보여주고 엑스레이도 찍어야 하면 찍고 싶다고 했더니, 일단 검진부터 하자고 했다. 

그 결과, 일단 척추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한국에서 엑스레이를 찍었을 때, 디스크가 살짝 있지만 주사를 맞거나 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었는데 여전히 디스크에 직접적으로 뭔가를 해야할 정도는 아닌가보다. 이건 정말 천만 다행이다. 

그리곤 Kétoprofène 100mg과 Diazèpam 5mg을 처방해주셨다. (맨 처음 허리때문에 갔을 땐 10mg으로 처방해줬었는데 용량이 줄어들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근데 여긴 근육이완제로 왜 매번 불안장애 개선제를 주는지 모르겠다. 다른약은 없나? 약국에서 이 약 받을 때 마다 부작용이 있으니 이상하면 바로 복용 중단하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10. 

그리고 밥 먹고 오늘 처방받아온 약을 먹었는데... 너무 효과가 직빵이다... 

고통으로 잠도 제대로 못자고 샤워하다 말고 울고, 침대에서 일어나려다가 울고 했던 나의 일주일... 나 왜 힘들어한거야 이렇게 약 먹으면 직빵이었는데... 하... 서럽다, 아니 억울하다 

 

11. 

내일 아침에는 꼭 덜 아파하면서 일어났으면 좋겠다. 

빨래도 해야되고 논문 데벨롭도 시켜야하는데 제발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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