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서 처음 본 일본 드라마. 내 인생의 뒤흔든 드라마. Long vacation. 롱바케.
이 드라마때문에 일본어를 배웠고, 이 드라마 때문에 일본 연예인을 좋아하게 되었다.
대사 하나하나를 느끼고 싶어서, 자막이 아닌 내 머리로, 내 가슴으로 느끼고 싶어서 일본어를 시작했다. 덕분에 지금은 허접하지만 번역도 하고 통역도 한다. (물론 통역은 자원봉사. 번역은... 돈 받고 했지만 다시 한다고 일본어 공부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연예인. 내가 일본 여배우 중에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꼽자면 단연 그 1위는 야마구치 토모코. (참고로 2위는 후카츠 에리.) 미나미의 그 모습들은 잊을 수가 없다. 보는 사람까지 환하게 만들어주는 미소. 캡틴이 사랑을 느낄 수 밖에. (사실 그 드라마를 볼때만 해도 토모코씨가 결혼한지 몰랐다. 내가 드라마를 본건 1996년이 훨씬 지나서. 그래서 캡틴이랑 토모코랑 잘 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항상 생각하는건.. 평행세계가 있다면 거기선 세나와 미나미가 결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정도? 거기선 지오랑 준영이도 결혼해있겠지.) 아 이런사람도 있구나, 를 느끼게 해준 여배우.
그리고 키무라 타무야를 알게됬다. 키무라 타쿠야를 일본 최고의 배우로 만든 드라마가 롱바케(롱바케신드롬이라고 명명될 정도)이듯, 내가 캡틴한테 빠지게 된 것도 이 드라마때문이었다. 료코의 날개를 보며 동경과 사랑을 느끼는 세나, 자신의 날개를 믿어주는 미나미를 사랑하게 되는 세나, 롱 베케이션으로 인해 자신감은 바닥에 있지만 미나미를 향한 마음만은 진짜라는 것을 보이기 위해 자신이 만든 벽을 날려버린 세나. 그런 세나가 좋았다. 그리고 그런 세나를 연기하는 키무라가 좋았다.
나와 일본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오늘 갑자기 롱베케이션이 보고싶어서 인터넷을 뒤졌다. 짤막짤막한 영상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내가 찾는 장면은 없었지만.. (2009년에 DVD 나왔다던데... 도서관에 신청하면 날 죽이러들려나?)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삶에 부여된 롱 베케이션, 이 베케이션은 언제 끝나는걸까.
요새 많은 두려움, 걱정으로 한가득이다. 항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거겠지.(그러니 몸이 이모양이지..)
노래로, 음악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집안 형편은 다시 나아질 수 있을까. 과연 내가 음악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사랑도 해야하고, 돈도 벌어야 하고, 꿈도 이루어야 하는데 지금 내 앞은 암막이 쳐져서 잘 보이지 않는 기분이다.
이제 좀 있으면 20대 중반이다. 반오십이 멀지 않았다. 학과에서 1-2등 하면 뭐하지? 취직할 준비는 하나도 안해뒀는데. 영어 점수, 자신없다. 이제껏 타인과의 싸움은 될수있으면 피해왔다. 인생은 즐기면서 사는거라고, 고3때도 재수때도 내가 하고싶은건 꼭 다 해야했다. 하기 싫은건 뒤로 미뤄뒀다. 이젠 더 미루면 안될 것 같은데 잘 되지 않는다.
사실 사랑할 여유따위 없는 것 같은데, 사랑하는 타이밍이란건 없단다. 여유가 있어서 사랑하는게 아니라 사랑은 하면 여유가 생기는거란다. 근데, 난 사랑하는 사람이 필요한건지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우길 원하는건지 단지 온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거지 잘 모르겠다. 혼자가 좋고 가끔 누군가 손을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느낄 뿐인데.
이런 안의한 마음으로 누군가와 사귀면 그건 그 사람에게 너무한 일이 아닐까..